
요즘처럼 코끝이 시린 겨울바람이 불면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맛이 있습니다. 화려한 파인다이닝보다는 투박한 뚝배기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멘 한 그릇입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가장 독특한 동네, 문래동 철공소 골목 사이에 숨어 있는 '로라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단순히 "맛집이다"라고 퉁치기엔, 이곳이 가진 공기와 국물의 밀도가 꽤나 인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춥지만 웨이팅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집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 이유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첫인상 - 철공소 속에 숨은 '재즈' 같은 반전
로라멘을 찾아가는 길은 미식 탐방이라기보단 보물 찾기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식당이 있다고?" 싶은 의구심이 들 때쯤, 낡은 철공소들 사이로 일본풍의 단정한 외관을 가진 식당이 나타납니다.
- 낯섦이 주는 설렘 억지로 꾸민 레트로가 아니라, 세월을 그대로 맞은 낡은 건물 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이질적인 풍경이 주는 '힙'함은 문래동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성입니다. 거기에 조그마한 창문과 은은한 조명이 주는 따뜻함이 라멘 맛에 대한 설렘을 더 끌어올립니다
- 뜻밖의 차분함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됩니다. 라멘집 하면 떠오르는 시끌벅적한 분위기 대신 차분한 분위기가 이 공간을 채웁니다. 마치 재즈바에 온 거 같은 착각이 들 정도며, 덕분에 국물을 들이켜는 소리마저 리듬처럼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2. 공간 - 오직 '미식'을 위한 독서실
이곳의 공간은 다소 비좁습니다. 하지만 그 좁음이 불편함보다는 '몰입'을 만들어냅니다.
- 전석 카운터석 (다찌) 셰프가 면을 털고 육수를 담는 과정을 1열에서 직관할 수 있는 'ㄷ'자 형태의 바 테이블입니다. 일행과 마주 보는 구조가 아니라 나란히 앉는 구조라, 대화보다는 앞에 놓인 그릇에 온전히 집중하게 됩니다.
- 혼밥의 성지 옆 사람과의 간격이 넉넉하진 않지만, 시선이 교차하지 않아 혼자 와서 후루룩 먹고 가기에 이보다 편할 수 없습니다. 커플이 온다면 어깨를 맞대고 도란도란 귓속말을 나누기에 딱 좋은, 겨울에 어울리는 장소입니다.
- 웨이팅 팁 평일 점심이나 주말엔 가게 앞이 인산인해입니다. 도착하자마자 키오스크 주문부터 박아두고, 문래동 골목의 그래피티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때우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회전율은 국밥집만큼 빠르니 크게 겁먹을 필욘 없습니다.
3. 메뉴 - 선택과 집중 그리고 '꾸덕함'
4. 팁 - 토핑이 요리가 되는 순간
- 아지타마고 (맛계란) 이건 거의 푸딩입니다. 젓가락으로 찌르면 톡 터질 듯한 반숙 노른자가 젤리처럼 굳어 있는데, 짭조름한 간이 흰자 깊숙이 배어 있습니다. 차가운 계란이 뜨거운 국물을 만나 온도가 맞춰졌을 때 한 입 베어 물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 차슈의 불맛 물에 빠진 고기라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토치로 겉면을 그슬려 불향을 입힌 차슈는 부드러움 속에 와일드한 맛을 숨기고 있습니다. 얇게 썬 고기가 아니라 씹는 맛이 살아있어, 고기 러버라면 차슈 추가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5. 주차 및 위치
주소 :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31길 17
대중교통이 정답: 문래역 7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립니다. 낡은 공장 지대를 산책하듯 걸어오는 게 이 집의 맛을 더해줍니다. 신도림역에서도 걸어올 만합니다.
주차의 난: 문래동 골목 특성상 가게 앞 주차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좁은 골목에 차가 갇히면 진땀 꽤나 뺍니다. 굳이 차를 가져와야 한다면 '문래근린공원 공영주차장' 같은 인근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맘 편히 걸어오는 걸 추천합니다. 주차비 아끼려다 딱지 떼는 것보다 낫습니다.
한 줄 코멘트, 요즘같이 추운날 조용히 뜨끈한 한 그릇 하고 싶은걸 찾는다면 최고의 장소. 다만 좁은 공간으로 춥지만 좀 기다려야하며 대중교통으로 와야하는 점은 감수해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