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양자 기술의 실현화에 대한 글을 쓸 때만 해도 그리고 양자센싱에 대한 글을 쓸 때만 해도 "이게 대체 언제쯤 실생활에 쓰일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DARPA가 추진하는 OASIC(Optical-Atomic System Integration & Calibration)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양자기술이 연구실 밖으로 나오기 위한 구체적인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더군요. 소음, 빛, 온도 변화에 극도로 민감한 양자 상태를 유지하려면 대규모 실험실이 필수였는데, 이제 스타트업들도 자신의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인증 시험소'가 생긴 겁니다.
양자컴퓨터 실용화 (마이크로소프트, 사이퀀텀, DARPA 로드맵)
양자컴퓨터 실용화 (마이크로소프트, 사이퀀텀, DARPA 로드맵)
지난번에 양자컴퓨터의 산업화에 대한 글을 쓰며 양자컴퓨터 관련 뉴스를 찾아보다 보면 늘 "미래 기술", "혁신적" 같은 말만 나오고 정작 언제쯤 실제로 쓸 수 있는지는 애매했습니다. 그런데 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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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센서 실용화 (환경 내구성, 군사 적용, 위치 측정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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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양자센서 기술을 접했을 때만 해도 저는 "또 먼 미래 얘기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DARPA(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가 RoQS(Robust Quantum Sensors)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이 기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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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양자기술은 실험실을 벗어나지 못했나

양자컴퓨팅이나 양자센서는 원리적으론 이미 입증됐지만, 실제 제품화까지는 수십 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여기서 '양자 상태(quantum state)'란 원자나 입자가 중첩, 얽힘 같은 독특한 성질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양자 상태가 외부 환경의 아주 작은 변화에도 순식간에 깨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예전에 대학원 연구실 견학을 갔을 때 봤던 광학 테이블이 기억나는데, 방 하나를 가득 채운 레이저 장비와 진공 챔버, 냉각 시스템이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연구원 말로는 장비 하나 옮기는 데도 몇 주씩 걸린다고 하더군요. 이런 환경에서 스타트업이 "제가 개발한 소형 레이저가 더 좋습니다"라고 주장해 봤자, 검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기존 연구실은 자기 연구에도 바쁜데 외부 업체 부품을 일일이 테스트해 줄 여력이 없으니까요.
칩스케일(chip-scale) 기술, 즉 나노포토닉 레이저나 소형 카메라 같은 밀리미터급 부품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형 부품이 정말 실험실급 성능을 내는지 객관적으로 인증받을 곳이 없었던 게 문제였습니다.
OASIC 테스트베드가 해결하려는 것
DARPA의 OASIC 프로그램은 이런 병목을 정면으로 공략합니다. 여기서 'OASIC'란 광학-원자 시스템 통합 및 캘리브레이션(Optical-Atomic System Integration & Calibration)의 약자로, 양자 부품의 성능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프로그램 매니저 Mukund Vengalattore의 말을 빌리면, "당신의 레이저가 세계 최고 정밀도의 원자시계보다 낫다는 걸 증명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2024년 초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세 가지 분야별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큐비트(qubit) 테스트베드: 보스턴에 위치하며 QuEra, 하버드, MIT, 몬태나주립대가 참여
- 양자센서 테스트베드: 미시간 앤아버에 위치하며 Rydberg Technologies, 미시간대, 퍼듀대가 주도
- 원자시계(atomic clock) 테스트베드: 콜로라도 볼더와 캘리포니아 플레전튼에 위치하며 Vector Atomic과 콜로라도대가 담당
저도 나중에 찾아보니 Vector Atomic이 최근 ION Q에 인수됐더군요. 양자센서 중에서도 원자시계 분야가 가장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제 생각엔 센서 분야가 양자컴퓨팅보다 실생활 적용이 빠를 거라는 전망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레고처럼 조립하는 양자 실험실
일반적으로 양자 연구실은 한 번 세팅하면 몇 달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OASIC 테스트베드는 다릅니다. '모듈형(modular)' 구조를 통해 부품을 마치 레고 블록처럼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실제 연구실에서 레이저 하나 바꾸려면 광학 경로 재정렬부터 진동 차단 재설정까지 엄청난 작업이 필요한데, OASIC는 이 과정을 최대한 단순화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검증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광변조기(optical modulator) 제조사가 "우리 제품이 더 빠릅니다"라고 주장할 때, OASIC 시설에서 표준 양자 시스템에 바로 연결해 성능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 NIST(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나 UL(Underwriters Laboratory)에서 전자제품 안전성을 인증하듯, 양자 부품에도 공인된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이게 단순히 테스트 시설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양자 전문가와 엔지니어링 전문가가 같은 공간에서 만나 "이 레이저의 강도 노이즈를 얼마나 줄여야 쓸 만한가요?"같은 구체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니까요.
자립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OASIC가 정말 영리하다고 느낀 부분은 STTR(Small Business Technology Transfer) 구조를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STTR'이란 중소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미국 정부 프로그램으로, 기술 이전과 상업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단순히 "시설을 지어주면 사람들이 올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아니라, 처음부터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을 설계하도록 강제한 겁니다. DARPA 소규모사업 프로그램 책임자 Jen Thabet의 지적대로, 대학은 최첨단 양자 연구 능력을, 중소기업은 적극적인 고객 확보와 상업화 역량을 각각 제공합니다.
제 경험상 정부 지원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의 접근인데, OASIC는 1단계(6개월)에서 기술·상업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2단계(2년)에서 실제 시설을 구축하며, 3단계에서는 국방부나 다른 정부 기관이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계약 체계까지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지속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한 설계라고 봅니다.
솔직히 한국도 이런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자기술 연구에 수백억을 쏟아붓는 건 좋은데, 정작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자기 기술을 검증받을 곳이 없다면 결국 연구실 안에서만 맴도는 기술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실제로 미국처럼 민간 주도의 자립형 테스트베드가 만들어져야 산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리하면, OASIC는 단순한 테스트 시설이 아니라 양자기술 생태계 전체를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양자센서나 원자시계 분야에서 먼저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이 분야는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Vector Atomic의 ION Q 인수 같은 움직임도 그렇고, 이제 양자기술은 투자자들에게도 실질적인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련 뉴스를 꾸준히 팔로우하는 게 유일한 답인 듯합니다.
참고: https://www.darpa.mil/news/2025/small-business-accelerates-transition-quantum-tech-lab-market
기사: https://www.cbci.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5620
[서학!스타] 아이온큐, 벡터 아토믹 전격 인수… 양자 기술 판도 바꿀 빅딜되나? - CBC뉴스 | CBCNEWS
[CBC뉴스]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IonQ, NYSE: IONQ)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양자 센싱 전문기업 벡터 아토믹(Vector Atomic)을 전격 인수했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인수는 전액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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